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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sue+] 민관협치 실현의 모델 ‘농어업회의소’, 의미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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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6-02 09:48 조회1,6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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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 주도의 정책결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농어업회의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익산농어업회의소 창립총회 전경.

농업계 정치적 위상 확보·농업인과 농촌주민 권익 대변…농어업·농어업인 지키는 본연의 역할 위해 법제화 전제돼야
 정부 주도 정책결정 한계 극복
 농어업 경쟁력 제고방안으로 농어업회의소 주목
 농어업회의소 설립·법제화에 대한 기본적 공감대는 형성 돼 있지만 사업범위·설립인가·경비지원 등은 쟁점

자치분권 강화, 농업의 위상하락, 농어가 인구 고령화, 농촌 소멸위기 등 농정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농어업에 있어 경쟁력 제고와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농어업·농어촌 현실에 맞는 종합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결정으로는 농어업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집행과정에서도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다는 농어업 현장의 목소리도 끊임없이 일고 있다.

이에 정부 주도의 정책 결정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 농어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농어업회의소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2010년부터 정부 시범사업으로 추진해 온 농어업회의소의 의미와 그간의 추진상황을 살펴보고 법제화가 갖는 의미와 역할을 짚어봤다.

# 왜 ‘농어업회의소’인가

농어업회의소는 ‘농업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민간 자율기구이자 공적 대의기구로 국가의 법률과 제도로 대표성과 파트너십을 보장 받는 법적단체’라 정의할 수 있다.

농어업회의소 설립이 필요한 것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대내외 환경변화 속에서 관 주도의 농정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장 농업인과 농업계의 의견을 전체적으로 종합하고 조율해 현장감 있는 농업정책을 실현할 수 있고 사회적 갈등비용도 줄일 수 있다. 특히 농업이 갈수록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계의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고 농업인과 농촌 주민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즉 농어업회의소는 관 주도의 농정에서 농업인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농정추진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 국내 추진상황은

국내에 처음 농어업회의소 설립을 시도했던 때는 1998년이었다. 당시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며 우루과이라운드(UR)와 세계무역기구(WTO)로 인한 시장개방에 따른 농업계의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범 농업계가 참여하는 범농업인 21세기 농업개혁위원회에서 농어업회의소 설립을 주장했고 35개 단체가 참여하는 설립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공감대가 미흡하고 중앙주도의 하향식 추진으로 법제화 실패 후 무산됐다.

이후 10년이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농업계의 의견을 수용, 2010년부터 농식품부 시범사업으로 강원 평창·전북 진안·전남 나주 등 시·군단위에 농어업회의소 설립이 추진됐다. 당시 앞선 실패경험을 반영해 지역에서 중앙으로의 상향식 설립과 농업관련 단체, 지자체, 관련기관의 참여와 합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세 가지 원칙하에 여건이 성숙되면 법제화를 실현한다는 계획이었다.

농어업회의소는 2014년까지 설립이 다소 정체를 보이다 법제화 움직임이 일면서 2015년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기준 광역 1개소, 시·군 16개소 등 총 17개소가 설립·운영되고 있으며, 23개소는 설립을 준비 중이다. 설립지역은 충남, 평창, 진안, 나주, 고창, 봉화, 거창, 남해, 예산, 당진, 아산, 완주, 금산, 익산, 부여, 담양, 정선 등이 있다.


광역단위로 설립된 충남농어업회의소는 농정발전토론회, 워크숍 등을 통해 논의된 다양한 정책, 제도 개선 방안을 건의, 실제 농정에 반영하고 있다.
광역단위로 설립된 충남농어업회의소는 농정발전토론회, 워크숍 등을 통해 논의된 다양한 정책, 제도 개선 방안을 건의, 실제 농정에 반영하고 있다.

# 법제화 필요한 이유는

최근 농어업회의소를 법제화 하려는 움직임이 국회와 정부차원에서 활발히 일고 있다.

사실 2010년부터 농어업회의소가 시범적으로 추진된 이후 국회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위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는 못했다. 이는 새로 출범한 21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신정훈·홍문표·위성곤·이개호 의원이 발의한 4개의 제정법안이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가칭 ‘농어업회의소법률’ 제정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달 13일 법률 제정안 입법예고와 함께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이달 중 국회에 법률 제정안이 제출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처럼 국회와 정부 모두가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비슷하다.

농어업인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고 농어업인의 경제적·사회적 권익을 대변하는 대표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농어업회의소 설립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시범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공업계를 대표하는 상공회의소가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과는 달리 농어업회의소는 근거 법률이 부재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1952년 상공회의소법 제정의 근거가 됐었던 헌법 제123조 제5항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해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는 규정처럼 법제화를 통해 정권과 정책이 바뀌더라도 농어업회의소의 위상과 권한을 일관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게 법제화를 주장하는 측의 견해다.

# 기본적인 공감대는 형성, 사업범위·경비지원 등 쟁점은 남아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는 농어업인의 권익 대변과 대의기구로서 위상 확보, 관변화·정치세력화 우려 해소, 기존 단체와의 차별화와 옥상옥 논란 극복을 위한 대표성 강화 등이 전제돼야 한다.

이에 농어업회의소 설립과 법제화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사업범위나 설립인가, 경비지원, 관할구역 등 몇 가지 쟁점사항에서의 차이가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기존 신정훈·홍문표·위성곤·이개호 등 4명의 여야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과 정부가 발의를 준비 중인 법률안에서도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조직 설립과 관련해 기초, 광역, 전국 등 3단계의 계층조직을 만들고 관할구역을 기초조직은 시·군·구와 세종·제주, 광역조직은 시·도, 전국조직은 전국을 구역으로 한다는데는 비슷하다.

하지만 사업범위와 관련해서는 의원 발의법안에서는 자문·건의, 조사·연구, 교육·훈련, 정보·자료 수집 제공, 협력, 위탁업무, 부대사업, 거래 중개·알선, 증명·검사 및 감정, 기술보급·검정 등 최소 7개에서 최대 15개 사업까지 명시돼 있다. 반면 농식품부의 정부 안은 정책참여, 자문·건의, 조사·연구, 교육·훈련, 정보·자료 수집·제공, 대내외 협력, 위탁업무 등 8개 항목이 제시돼 있어 차이가 있다.

설립인가와 관련해서도 신정훈·홍문표 의원은 농식품부 장관이나 해수부 장관이, 이개호 의원과 정부 안은 특·광역시장이나 시장·군수로 하고 전국단위 설립인가 시에만 양 부처 장관이 인가하도록 했다.

경비지원 역시 신정훈·홍문표·위성곤 의원 안은 국가·지자체의 경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으나 이개호 의원과 정부 안은 지자체 경비지원만 가능하도록 명시했다. 다만 회의소 업무위탁 시에는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해 관변화와 정치적 중립 등의 논란을 최소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앞으로 농어업회의소의 사업영역 설정을 통한 역할·기능의 정립과 재정지원 방식에 대한 논의가 대두될 것으로 보여진다.

# ‘평창농어업회의소’ 사례로 비춰 본 농어업회의소의 역할

2010년 농어업회의소 1차 시범사업지역으로 평창군이 선정돼 2012년 3월 14일 설립된 (사)평창군농어업회의소는 모범적으로 회의소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현재 관내 8개 읍·면 890명의 개인회원과 27개 단체회원, 9개 농축협·산림조합 등 특별회원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평창군농어업회의소는 지자체와 일부 농업인단체 중심이 아닌 현장 농업인의 의견을 농정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 그 역할을 명확히 했다. 매년 읍면순회농업인간담회, 농업인단체간담회, 이장단회의, 서면 건의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현장 농업인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수렴된 의견은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농촌발전분과 △유통분과 △원예분과 △식량분과 △축산분과 △어업분과 △산림분과 등 7개 분과위원회를 열어 조정·검토 후 합의된 의견을 평창군농정협의회를 통해 공식 건의하고 있다. 2012년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888건의 농업인 의견수렴을 거쳐 386건의 정책·제도개선을 건의했고 이중 125건이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처리 결과도 매년 소식지를 통해 회원들에게 알린다.

특히 농정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 설치·운용 △농업인 등 소규모 식품가공사업 육성·지원 △품목농업인연구회 육성·지원 △청년농업인 육성·지원 △여성농업인 육성·지원 등 5건의 평창군 조례 제·개정사항을 발굴, 실질적으로 농업·농촌분야 조례를 제·개정하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 보니 출범당시 250명이던 개인회원도 현재 890명(평창군 전체 농가의 20.5%)으로 늘었고 단체 참여도 15개에서 27개로 늘었다.

평창군 범농업계의 단일창구로서 공식적인 농정 파트너십을 형성하며 민관 농정 거버넌스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 농업선진국은 어떠한가

유럽과 일본 등 농업선진국들은 수입개방에 따른 농업계의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상공회의소에 준하는 농업계 자치조직으로 일찍부터 농어업회의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등은 공법(公法) 체계의 농업회의소가 의무가입제로 운영되며, 영국과 미국 등은 사법(私法)에 근거한 선택가입제로, 중국과 쿠바 등은 이 둘을 접목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별로 농업여건에 적합한 방식을 택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 현재 우리나라가 관심을 갖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1924년 농어업회의소법을 제정, 1960년에 제정된 농업기본법에 모든 농정에 관해 농어업회의소의 자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든 농업인이 의무가입이며, 국가가 재정의 상당부분을 지원하고 개인농가 회비규정은 없다. 조직은 중앙에 농업회의소 중앙회(APCA)를 두고 광역단위에 지역 농업회의소 21개와 지역에 도 농업회의소 94개를 두고 있다. 주로 농정 공식 자문기구 역할과 함께 농업기술지도, 교육훈련, 농촌개발, 연구개발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필요성은 공감 법제화는 이견

농어업회의소에 대한 필요성은 농업계나 국회, 정부 모두 공감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제화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농업관련 단체나 정당간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지역별·농어업인별로 농어업회의소에 대한 이해관계나 도입 여건이 상이한 상황에서 농정 민주화를 위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중앙 집중적 농정체계에서의 또 다른 관변조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농업계가 단일화된 목소리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농어업회의소 법제화의 가능 여부가 달려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명채 국민농업포럼 상임대표는 “농어업회의소가 농어업을 지키고 농어업인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는 농어업인이 주인이 되는 법적 기구로써 지자체 의회조직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농어업회의소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정 대표는 “농어업과 농어업인을 지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농지 이용·관리를 통한 경자유전의 실현과 농업인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농어업회의소의 역할과 기능도 여기에 맞춰 농지 관리와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까지 반영된 공익직불제의 확대를 위한 현장 조직으로써의 역할 수행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서 보듯이 농업계의 단일화된 목소리 없이는 법제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주의 참정권 보장 등 농정 민주화 실현이라는 의미로 인식하고 법제화를 통해 법률인 인정한 제도이자 농어업인이 대표이자 주인이 되는 대의기구로서 농어업회의소가 안착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유신 기자 yusinya@aflnews.co.kr  입력 2021.06.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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